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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답답함 씻어 내린 시원한 빗줄기(대통령당선인 신년 기자회견 현장 스케치) 
  고유번호 : 20856   글쓴이 : 행정실     날짜 : 2008-01-16 15:25   조회 : 4,730  
 

 

 

2008년 1월 14일 오전 9시 50분. 인수위 대회의실은 다시 찾아온 강추위를 녹이고도 남을 정도로 열기가 가득 차 있었다. TV 생중계용 조명시설에서 뿜어나오는 열기만은 아니었다. 실내를 가득 메운 8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과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분주히 오가는 인수위 직원들의 바쁜 몸놀림 때문만도 아니었다. 곧 출범할 이명박 정부의 국정 방향을 가늠해보는 자리라는 기대감이 뿜어내는 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열기는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의 한마디로 더욱 뜨거워졌다.

 

“이미 배포해 드린 자료에 달라진 부분이 있어 다시 이메일로 수정 자료를 보내 드렸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 말은 당선인이 기자회견 직전까지도 회견문을 다듬고 있다는 뜻일 터였다. 한 마디라도 더 국민에게 믿음과 희망을 주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것을 말없이 웅변해준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실내가 한여름처럼 여겨졌다.

 

그 열기 속으로 이명박 당선인이 입장해 한나라당과 인수위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고는 단상에 올랐다. 여기저기서 터지는 후레쉬 불빛으로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당선인의 모두 발언이 시작됐다.

 

우선 지난 대선에서 보내준 국민의 성원에 감사를 표한 뒤 경제를 살리고 국민 통합을 이루어 내라는 시대적 요구를 받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이어 긍정적인 사고와 행동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며, 태안에서 ‘긍정적 변화의 힘’을 보았다고 말했다.

 

국내외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화합 속의 변화’를 일구어내야 하며 이는 정부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알뜰하고 유능한 정부를 만드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 과제라고 역설했다. 또 정부 이양을 위해 새로운 국정 철학을 확립하고, 이명박 정부가 해야 할 국정 과제들을 점검하고 있다며 정책 추진과정에서부터 이해당사자와 전문가,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실용주의 정부라고 정의하고 국익에 도움이 되고,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어디라도 달려가 일하겠다며 글로벌 코리아를 위해 미국은 물론 주변국과의 공동 번영의 노력을 대폭 강화하고, 남북관계의 실질적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데 힘을 집중하겠지만 무리한 부양책을 쓰지는 않을 것이며, 긴 호흡으로 경제를 운용할 것임을 언급하고, 정부조직 개편과 교육 개혁을 서두르는 한편, ‘규제개혁’에 중점을 둘 것임을 천명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부와 국민이 서로 믿고 나라의 선진화에 매진하자며, 국민들이 나라 걱정할 필요 없는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모두발언이 끝나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명박 당선인의 생각과 국정철학이 더욱 생생하고 명료하게 드러날 자리였다.

모두발언과 질의응답을 들으며 어디선가 소나기가 내리고 있다는 착각을 했다. 실내를 가득 매운 내외신 기자들이 당선인의 한마디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트북 컴퓨터의 자판을 정신없이 두드리는 소리 때문이었을까? 수십명이 두드려 대는 자판소리는 마치 소나기가 양철지붕을 때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정치관련 질문으로 질의응답이 시작됐다. 첫 질문은 청와대와 총리의 역할 분담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느냐와 원하는 총리상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 문제는 신정부의 모습을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시험지라 할 수 있었다. 이미 국무총리실 업무보고에서 총리실 권한 비대화가 지적됐고, 이후 신정부의 청와대 권한 집중화 우려가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긴장된 순간이었지만 “대통령상을 물어야지, 총리상을 묻느냐?”는 ‘농담식 핀잔’으로 웃음을 이끌어 분위기를 부드럽게 했다. 그런 다음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대통령과 총리는 각자의 역할이 있다. 내각을 중심으로 일을 하되 청와대는 조정 기능에 한정해 일하고 총리는 세계 시장을 다니면서 자원외교 등 여러 분야의 역할이 많다.”

자원외교 총리론의 개진이었다. 당선인이 평소 ‘자원 외교’를 강조해 왔다는 사실을 아는 분들은 ‘역시’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차기 총리 후보감을 떠올리느라 바쁘게 두뇌를 회전 시킬 터였다.

 

뒤이어 총리 인선이 늦어진 이유, 한·미 및 남북관계, 4월 총선의 공천 문제, 야권과의 관계 설정 등 민감한 정치·외교적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총리 후보는 예정대로 1월말 확정할 것이며, 한·미관계가 돈독해지면 남북관계를 더 좋게 만들 것이고, 북·미관계도 좋아질 것이라며 격의 없는 남북 정상회담을 내비쳤다. 공천은 당이 공정하게 잘할 것이라며 ‘총선 불개입’을 선언했으며, 야당과도 긴밀히 협력하는 새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질문이 경제 문제로 옮아가자 기업인 출신답게 당선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공약사항인 7% 성장에 대해서는 여건상 새 정부가 올해 경제운용을 100% 관장하기 힘들기에 7% 성장은 당장 달성할 수 없으나 6%까지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7%에 집착해 과도한 경기부양책을 써서는 안된다는 각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신중한 결론으로 여겨졌다.

 

종합부동산세 인하, 수도권 규제 완화, 법인세 인하 등에 대해서는 경제 현실에 맞춰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실용주의 정부를 지향하는 당선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수치나 일정에 연연하지 않고 실적으로 평가받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런 대목은 한반도 대운하에 문제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났다. “100% 민자사업이기 때문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할 수 없으며, 원칙적으로 국민적 동의를 중요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그동안 ‘연내 착공’, ‘임기 내 완공’이란 주변의 말들과는 사뭇 다른 입장이었다.

 

난마처럼 얽힌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자율’을 해법으로 제시하며 “대학이 본고사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란 말을 세 차례나 반복하며 대학입시 제도를 자율화하면 본고사가 생기고 사교육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걱정을 차단했다.

 

마지막 질문은 민감한 사안인 ‘BBK 특검’에 관한 것이었다. 순간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당선인의 대답은 간단 명료했다. “그걸 꼭 물어봐야 하겠습니까?”라며 살짝 비켜서며 검찰이 지나칠 정도로 완벽하게 조사했고, 특검도 잘할 것으로 본다고 말을 맺었다.

 

5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은 기업의 투자유치 설명회장을 방불케 했다. 실용정부에 대한 자신감과 국민에게 믿음을 심어주려는 의지가 곳곳에서 엿보였다. ‘국익에 도움이 되고,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된다면 어디라도 달려가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누누이 강조했다. 알뜰한 정부, 군살을 뺄 것, 할 수 있다, 못해낼 것이 없다는 표현이 거침없이 쏟아졌다.

 

기자회견은 한마디로 자신감에 찬 당선인의 당당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의 강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청계천 복원 때도 4000번이 넘는 만남의 자리를 갖고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했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기업 CEO에서 서울시장까지 다양한 경험을 통해 험난한 난관을 극복해온 자신감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자신감은 바로 자신을 선택해준 국민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까?

 

그제야 소나기 소리의 진원지를 알 것 같았다. 확신에 차 있고, 자신감이 넘치는 당선인의 막힘없고 시원시원한 답변을 들으며 무더위를 식혀주고, 스모그로 찌든 답답한 하늘을 씻어 내리는 한줄기 소나기를 떠올리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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