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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인수위의 새로운 한달을 준비하는 바쁜 발걸음(행정실 스케치) 
  고유번호 : 48502   글쓴이 : 행정실     날짜 : 2008-02-09 08:46   조회 : 4,181  
 

 

 

2008년 1월 24일 아침 6시 30분, 인수위의 안살림을 맡고 있는 행정실이 분주해지고 있었다. 7시 30분에 시작되는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준비하느라 정신없이 돌아갔다. 간사단 회의가 끝나면 행정실은 또 다른 아침을 시작한다. 간사단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백성운 행정실장의 지시사항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이날 간사단 회의에서는 전날 KBS 9시 뉴스로 불거진 자문위원 고종완의 ‘고액 부동산 투자상담 물의’ 건에 대한 대책이 집중 논의됐다. 전날 고종완을 해임했지만 유사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KBS의 보도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자문회사인 RE멤버스 고종완 대표가 인수위 자문위원으로 활동한다면서 전화상담은 30분에 50만원씩, 방문상담은 1시간에 100만원씩 받으며 투자자문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는 자문위원으로서는 적절치 못한 행위라는 지적이었다.


아침 9시, 간사단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백성운 실장은 행정실 정무팀을 소집했다. 간사단 회의에서 논의된 고종완 문제 후속 조치사항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정인학, 이영섭 전문위원, 행정자치부에서 지원나온 주낙영  국장, 이윤호, 오경화, 황재붕, 홍용준 실무위원 등이 모였다.

 

“인수위에 파견돼온 공무원과 자문위원들의 부적절한 처신문제가 자꾸 불거지고 있다. 박광무 문제가 그랬고, 고종완 문제가 또 터졌다. 모 신문을 보니 부처에서 파견나온 공무원이 농업진흥청에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재발방지책을 마련해 내부와 국민들에게 알려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백 실장이 운을 떼자 참석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자문위원 직함을 총선준비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규제하기 어렵더라도 개인 영리를 취하는 경우는 규제해야 합니다.”

“분과위별로 자체조사를 하고 요주의 인물은 미리 경고를 하도록 함이 어떨지요?”

“검찰에 고발하는 등의 강경한 조치를 취해 일벌백계로 삼아야 합니다.”

“파견 나온 공무원이 부처 이익을 위해 인수위 목적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에 대한 예방책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인수위는 수많은 지류들이 모여 큰 강을 이루는 것과 같은데 어느 지류가 오염되어 있는지 찾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문제 소지가 있는 곳을 미리 찾아내 정화할 수 있는 자체 감찰 기능이 있어야 합니다.”

 

백 실장은 자신의 생각을 직원들에게 주입하기 보다는 경청하는 스타일이다. 분분한 의견을 묵묵히 듣고 있던 백 실장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방향을 잡아보는 것이 어떨까? 첫째, 분과위에서 자문위원 활동을 파악해 문제소지를 색출해 사전 예방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둘째, 인수위 명의로 심의기구를 구성하고, 셋째, 고종완의 수사를 검찰에 의뢰해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행정실로 돌아온 정무팀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기자회견문을 작성했다. 백성운 실장은 직원들의 의견을 참고로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기자회견문을 완성했다.


오후 1시 50분, 백성운 실장은 이 회견문을 들고 브리핑 룸으로 향했다. 300여 명의 기자가 노트북 컴퓨터를 앞에 놓고 브리핑을 기다리고 있었다. 백성운 실장에 단상에 서자 TV 카메라와 스틸 카레라의 렌즈가 일시에 그를 향해 열렸다. 뜨거운 취재열기였다.

 

백성운 실장은 그 열기에 다소 긴장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공식적인 기자 브리핑은 두 번 째였다. 백성운 실장은 호흡을 한번 가다듬고는 “어제 이어 오늘도 또 이 자리에 서게 되네요.”라고 운을 뗐다. 어제 취임준비위원회 부위원장 자격으로 취임식 참여 신청과 슬로건 공모에 국민들의 호응이 매우 높다는 내용으로 브리핑을 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백성운 실장은 한번 해본 탓인지 어제보다 훨씬 차분한 목소리로 발표문을 읽어내려 갔다.

 

고종완씨를 서울 중앙지검에 수사의뢰하고, 유사한 사례 발생 때에는 누구를 막론하고 응분의 처분이 따를 것이며, 인수위 내에 자체심사기구를 설치해 불미스런 일에 즉각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회견문 낭독이 끝나자 기자들의 질문이 줄을 이었다. 무슨 죄에 해당되느냐? 자문위원 수는 몇 명이냐? 추천인은 누구인가? 브리핑 룸 밖에까지 30여 명의 기자가 따라 나와 백성운 실장을 둘러싸고 질문 공세를 계속 퍼부었다. 기자들은 질문은 백성운 실장이 건물 밖으로 나올 때까지 이어졌다. 그만큼 고종완 문제는 인수위나 언론에게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다.


오후 3시, 기자회견을 마치고 돌아온 백성운 실정은 찾아온 손님을 잠시 면담한 뒤 다시 정무팀을 소집했다. 1월 28일 아침 6시 25분부터 8시까지 진행되는 KBS 1라디오의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에 전화 출연할 답변서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KBS에서 보낸 질문 초안을 놓고 각 질문에 대한 맞춤 답변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짜냈다. 토론은 시뮬레이션 형태로 진행됐다. 직원들이 백운기 앵커 입장에 서서 질문을 하면 백성운 실장이 답변하고, 그러면 직원이 연결되는 예상 질문을 이어 던졌다. 백성운 실장이 다시 답변을 하고, 예상 질문이 이어졌다.

“인수위 출범 한달의 성과는?”

“지금까지 활동에서 가장 주력했던 점은?”

“인수위가 설익은 정책들을 성급하게 내놓는다는 지적도 있는데?”

여기까지는 백성운 실장과 정무팀원들이 질문하고 답하면서 아이디어도 내고 해서 안성맞춤 답변을 어느 정도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다음 질문이 문제였다.

“1단계 활동이 총론 성격의 방향 제시였다면 앞으로는 구체적인 정책운용 방안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룰 텐데, 교육정책, 경제정책, 한반도 대운하 등 굵직굵직한 정책현안들의 틀은 어떻게 잡아가고 계신지?”

 

교육정책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공교육 강화를 위해 인수위에서 내놓은 정책방안에 대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길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일고 있었다. 의견도 많고 전문가도 많고, 한마디로 딱 부러진 해결책을 내놓기 어려운 것이 교육정책이 아닌가.

그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론이 날 듯하면 또 다른 의문과 문제점이 쏟아지고, 토론을 하다 보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처음 내렸던 결론도 허점을 노출하기 일쑤였다.

결론 없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때 백성운 실장이 길을 잡아주었다.

 

“그런데 교육정책에 대해 내가 자세히 답변하는 것이 옳을까? 이는 해당분과에서 답변해야 할 사항이라 생각한다. 경제정책도 그렇고 한반도 대운하도 그렇고.”

그러자 정인학 전문위원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답변 가능한 질문을 만들고 이것을 방송국의 작가와 협의하는 방법이 어떨지요?”

“그래, 그게 났겠네. 그런 다음 예상 답변을 다시 정리해보기로 하지.”

“하여튼 방송할 때에는 초등학교 5학년이 알아들을 정도로 쉽게 설명하는 말이 있거든요.”

“내가 쉽게 하잖아.”

“어제와 오늘의 브리핑도 쉽고 편하게 잘 했습니다. 일취월장하시더군요.”

그러자 웃음이 터졌다. 한바탕 웃고 나자 아침부터 계속된 회의와 기자회견문 작성으로 긴장하고 지쳐 있던 직원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저녁 6시, 하루 종일 업무에 시달린 정무팀원들이 저녁 식사를 하러 가기 위해 자리를 정리하려는 순간 백성운 실장의 호출이 또 날아왔다. 이번에는 케이블 방송인 mbn에서 1월 25일, 그러니까 다음날 오후 3시에 출연요청을 해왔다는 것이었다.

 

이 회의도 앞선 오후 3시의 회의와 마차가지로 시뮬레이션 형태의 질의응답을 통해 백성운 실장의 생각이 적합한지를 검증받고,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도출해내어 정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회의 도중에 백성운 실장의 핸드폰이 또 울렸다. 다른 방송의 출연요청이었다. 며칠 사이 행정실과 백성운 실장은 상한가를 치고 있었다. 인수위 활동 1개월을 정리하고 남은 한달의 업무를 전망해보는 내용, 그리고 취임준비위 부위원장으로서 취임식 준비상황을 소개해달라는 요청 때문이었다. 거기에다 고종완 사건이 돌출되면서 이에 관한 인수위의 조치와 입장을 듣고자 하는 것도 있었다.

회의는 저녁 7시가 지나서야 끝이 났다.

 

“오늘 다들 수고 많았네. 모처럼 저녁이나 같이 하지. 행정실 직원 모두 참석하도록 하게.”

예산이 넉넉지 못한 점도 있었지만 시간을 아끼려고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밤늦게까지 일애 매달려온 지 한 달. 이처럼 모두 모여 저녁 먹으며 소주 한잔 기울이는 일이 언제인지 까마득했다.

 

그러나 저녁 겸 소주 한잔도 8시 반에 끝났다. 다른 곳에서 일할 때처럼 2차라도 할 수 없는 것이 행정실 직원들의 현실이었다. 아니 인수위 전체의 현실이었다. 인수위의 하루를 총정리하는 수순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려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들의 발길을 행정실로 인도했다.


저녁 10시, 정문을 나서는 행정실 직원들의 어깨를 짙은 어둠이 포근히 감싸 안아주었다. 남은 한 달을 잘 마무리하라는 격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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