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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대통령 당선인과 문화예술계 원로 간담회(현장 스케치) 
  고유번호 : 49669   글쓴이 : 행정실     날짜 : 2008-02-12 20:54   조회 : 3,704  
 

 

 

“분열을 치유하고 문화예술의 새 물결을 이루자”

 

새해 첫달을 마무리하는 1월 31일 오후 2시, 국립중앙박물관 전면 중앙에 있는 거울못 호숫가에 자리잡고 있는 ‘거울못’ 레스토랑은 문화·예술의 향기로 가득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화예술계 원로들이 속속 모여들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던 것.

문학평론가인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을 비롯해 이강숙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김수용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황병기 이화여대 교수, 임권택 영화감독, 정연희 소설가협회 이사장, 연극인 장민호, 김백봉 서울시립무용단장,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장 등 문화예술계 원로가 그들이었다. 안형일 국립오페라단장, 김종규 박물관협회장, 최만린 국립현대미술관장, 신달자 한국시입협회 부회장, 육완순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이사장 등의 얼굴도 보였다.

 

빙 둘러 앉아 앞에 놓인 차와 다과를 들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30여 명의 문화예술계 원로들 사이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김대식 인수위원, 박범훈 취임준비위원장, 유인촌 취임준비위 부위원장의 얼굴도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문화 예술계 원로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는 자리였다.

잠시 후 임태희 당선인 비서실장, 주호영 대변인과 함께 입장한 이명박 당선인이 유인촌 부위원장의 소개로 참석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었다. 많은 문화 예술인과는 구면인 듯 오가는 인사말이 정겨웠다.

 

유인촌 자문위원의 사회로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은 환영사로 시작됐다. 그는 당선인이 청계천을 되살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것을 기념하는 ‘새물맞이’ 행사에 참석해 ‘새물맞이’에 결자를 넣으면 ‘새물결맞이’가 돼서 온 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라고 했더니 “그럼 지금 당장 넣어야지요”라고 했던 것을 회상하며 “하찮은 종이에도 결이 있어서 결을 거스르면 찢기 힘들지만 결을 따라 찢으면 쉽게 찢을 수 있는데 당선인께서 민족의 결, 문화의 결, 거대한 흐름의 결을 찾아줄 것”이라고 했다.

이에 화답하듯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덕담으로 인사말을 시작했다. 선거가 끝난 후에 여러 모임에 참석했지만 이날 모임이 최고라는 것. 평소에 존경하는 문화예술인을 개별적으로 찾아뵙고 인사드리려면 1년은 걸릴 텐데 한자리에서 뵙게 되어 정말 반갑다는 말씀도 잊지 않았다.

 

당선인은 새 정부 5년에 사람들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지만, 자신은 선거 다음날 하루만 기분이 좋다가 국민의 기대를 얼마만큼 이룰 수 있을지 걱정하느라 그 다음부터 마음이 무거웠다고 피력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갈라지고 흩어진 곳이 많아 새로 봉합하는 게 제일 급한 것 같다며,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면 해내는 우리 국민의 천성과 능력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흩어지고 갈라진 곳이 많다’는 당선인의 말은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당선인의 의도는 다른데 있었는지 몰라도 그 자리에 참석한 문화예술계 원로들은 지난 10년 동안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으로 분열됐던 문화예술계의 현실을 지적한 것으로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이날 참석자 중 어느 분은 ‘잃어버린 10년’이니 ‘원로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했다는 표현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그동안 문화예술계는 진보 진영이 정부의 지원과 요직을 독식한다는 소리가 심심찮게 떠돌았다. 당선인도 그런 현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화기애애하고 여유로운 레스토랑의 실내와는 다르게 바깥의 거울못은 그 동안의 강추위로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참석자들에게는 얼어붙은 거울 못이 마치 ‘일어버린 10년’처럼 여겨질지도 몰랐다. 그랬기에 20여 일전 인수위와 한나라당의 연석회의장에서 느꼈던 화기애애함과 여유로움을 이곳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것일까?


당선인은 “많은 사람들이 문화의 시대라고 강조하고 있고, ‘문화예술의 가치가 어떠하다’, ‘문화의 국가가 돼야 한다’, ‘문화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이제 진부하다”며 행동으로 옮겨가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5년을 태평성시로 만들려면 문화예술이 더욱 꽃을 피워야 할 것이라며 “그런 쪽으로 많은 정책을 배려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해 참석자들에게 기대감을 안겨주었다.


당선인은 앞으로 문화예술인들과 자주 만나고 싶다는 소망도 피력했다. 환영사에서 이어령 전 장관이 “한 달 뒤에 취임하면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한 대답이었다.

“이어령 대선배가 5년 후에나 볼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고 1년에 한 번씩은 볼 생각입니다. 중간점검을 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김종규 박물관협회장은 당선인이 서울시장 재임 당시 각종 박물관 행사에 꼭 참석했고,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 관람할 수 있도록 관람시간을 연장하는 등의 문화치적을 높이 평가하면서, 당선인의 퇴임 후 문화계 원로들이 유인촌 자문위원의 연극공연이 끝나고 뒷풀이로 삼겹살 집에서 소주 파티를 했던 일화를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때 참석자들이 문화시장이라 불릴 자격이 있다고 인정했다며, “5년 후 대통령직을 끝낸 뒤에도 여기 참석자들이 모여 뒷풀이를 하면서 문화대통령이라 부를만한지 평가를 하자”며 즉석 제안했고, 당선인은 “자비를 내겠다면 무조건 좋다”며 화답해 주위를 웃겼다.


당선인의 인사말에 이어 참석자들이 돌아가며 당선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당선인이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져줄 것과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첫 발언에 나선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장은 문화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의 문화 콘텐츠 관리가 문화관광부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뜻을 전했고,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전 총장은 교육법 밑에 예술종합학교 설치령이 있어 예술을 모르는 사람이 예술정책을 왈가왈부하는 횡포가 있다며 대통령령을 법률로 격상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장민호 국립극단 원로단원은 1년에 한두 번쯤 공연장을 찾아와 공연예술 활성화에 기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악계를 대표한 황병기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아주 쉽고 당장 실천할 수 있으면서도 약간 어려운 부탁 하나 하겠다”라며 중요한 공연에 가끔 나와서 관람해 국민들의 관심을 모아주기를 부탁했다.

무용계를 대표한 육완순 한국현대무용진흥회 이사장은 국립현대무용단 창단의 필요성을 전달했으며, 문훈숙 유니버셜발레단장은 남자 무용수들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설명하고  국제 대회에 입상한 발레 무용수에게만 병역특례 혜택을 주도록 개정된 병역법의 재개정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문학계를 대표한 정연희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은 국민들의 독서량이 OECD 국가중 최하위이다 보니 문학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많은 문학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책을 많이 읽게 하는 교육 풍토를 조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달자 한국시인협회 부회장은 우리 문학의 해외 소개와 외국 해외 한국인들이 우리 문학을 접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대해 당선인은 취임한 뒤 찾아오면 실무자를 옆에 앉혀놓고 즉각 반영하겠다며 문화예술인이 사회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기 때문에 존경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5년간 문화예술에 깊은 관심을 가져 4만 달러 국가 위상에 걸맞게 문화예술 수준도 높여나갈 것임을 약속했다.


이날 간담회는 당선인이 대통령 당선 후 각계 인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행보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으로, 당선인의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실제로 당선인은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문화재단을 설립하고 국내 최초의 국악전용극장을 세우는가 하면 서울시향에 세계적 지휘자인 정명훈을 영입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보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당선인은 자신이 현대 출신이라 문화예술에 별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1970년대 중동에 근무할 때 비행기 타고 파리에 오페라 보러 다닌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간담회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여러 분야의 문화계 원로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고민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어 매우 기뻤다며 “당선인의 경제 대통령 이미지가 강해 문화예술 분야는 상대적으로 소홀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문화 마인드가 충분히 갖춰진 것 같아 우려가 사라졌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날의 간담회는 10년 만의 정권교체가 문화예술계에는 어떤 ‘변화’의 바람으로 작용할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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